심미적 공간에서의 스토리텔링_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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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개인전_<불확정성 유기적 공간>, 미술공간, 2011.6.8-14

전시 서문

 

 

심미적 공간에서의 스토리텔링

 

                                               김경민 (미술공간現 수석큐레이터)

 

 

  내가 생각하는 도심 속의 건물이란 누구나가 교통수단을 통해 이동하며 혹은 공원을 산책하며 바라보게 되는 그런 존재이다. 서재정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등장하는 건물의 건축적 요소들을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사이사이 항상 똑같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 특히 이러한 건물들 속에서 작가는 건축의 장식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건물이 가지는 건축적 기본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현실 속 건축 공간에서 선과 면들이 모여 건물의 입구, , 기둥 등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여러 건축물들이 모여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반복과 순환의 과정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마치 선과 면이 만나 새로이 만들어지는 공간들이 미로를 형성하듯,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그 비워진 공간들의 분할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시각적 풍경이 펼쳐질 것만 같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재정의 근작들은 ‘Phantasmagoria(환등)’ ‘ILLUSORY’, ‘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의 제목을 달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들은 선과 면이 만나 뚜렷하게 만들어지는 건축물의 고유한 기능적 부분들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건축물을 모티브로 선과 면들이 생성하여 만드는 새로운 건축 공간에 대해심리적 공간으로서의 상상을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은 현실적인 공간을 넘어서 심리적 공간도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공간에 대한 상상의 유희를 자극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경험한 개개인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경험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상상하고 있다. 이것이 ‘Mind Architecture’이다. 즉 현실의 모습과 개인의 심리적인 작용이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공간들을 통해 시대의 유동적인 흐름 안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의식의 배경을 찾고,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투영시키는 공간의 단상으로써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저장할 때, 태생적 한계로 인해 원래의 정보보다 간략화된 정보로 저장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정보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다가도 그녀의 작품을 연결고리로서 타인으로 하여금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인식과 경험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시대의 유동적인 흐름 안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의식의 배경들을 찾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건축물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롭게 구성하여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건축 공간들을 상상하게 한다. 즉 서재정은 현실 속에 규정되고 고정된 것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요구하는 심리적 공간으로서 예술적 영감에 따라 자유로이 창작되고 상상되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최근의 사회적 트렌드인창의성 강조’, ‘소통(Soh-Tong)’ 등이 바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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