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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6 대립의 공간들_정현
  2. 2011.05.30 Storytelling in an Aesthetic Space_Kim, Kyoung Min
  3. 2011.05.30 심미적 공간에서의 스토리텔링_김경민

대립의 공간들_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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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의 공간들

  

정현 (미술비평)

 

 

  서재정은 원근법을 변용해 공간을 재구성한 건축적 회화를 보여준다. “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은 언뜻 보면 건물을 닮은 구조물처럼 보이는데, 구조물을 구성하는 벽 혹은 막 안에 좁은 골목 안 풍경이나 건축적 양감이 부각된 구조물이 그려져 있다. 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은 깊이로 대표되는 회화/건축의 시점을 반대로 평면으로 변환되어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듯하다. 서재정은 우연찮게 건축사 수업을 들었고 건축 양식을 토대로 도시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일반적으로 건축적 시점은 회화의 원근법처럼 외부의 시선이 건물의 표면을 도려내어 실내를 보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른바 해부학적 시선에 의해 분석된 공간은 보는 방법의 표준이 되었다. 한국에서 서양식 원근법이 유입된 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라고 한다. 근대적 시점은 해부학적으로 공간을 분석하는가 하면 고층 건물이나 고가 도로 위에서 도시를 바라 볼 수 있는 시점의 위상 변화도 일어났다. 건축과 도시에 관한 작가의 관심은 이와 관련된 이슈나 이미지를 수집하기도 하고 실제 서울 답사를 진행하면서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이 서구 원근법의 변주를 통해 공간 속 공간을 제시한 반면, “Illusory”“Phantasmagoria”에서는 실제 건축물에서 장식의 부재에 의해 건축적 구조만이 존재하는 익명의 대상으로 바꾸어 버린다. 장식성과 디테일이 사라지면서 건축물은 생명체로써의 정체성이 상실되면서 입체적 요소만이 남는 셈이다. 중립적 건축물은 오로지 형태만으로 우리에게 노출되어 있다. 그곳이 실존하는지, 가상인지, 장소가 어디인지는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진다. 게다가 이 같은 건축물의 모호한 상태는 해체주의 건축의 특성과 유사하다.

 

  해체주의를 대표하는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는 건축을 쓸모 없는 것이라 평했다. 실제 삶의 조건에 부합하는 건 건축이 아니라 건물(building)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츄미는 건축의 구조와 장식이 하나로 작동하는 새로운 건축을 추구했는데, 장식에 의해 파생되는 권위나 건축적 위계질서를 해체하여 하나의 건축이 이질적인 요소들의 집합체가 되는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를 완성한다. 츄미의 전위적 논리가 서재정의 건축적 회화와 닮은 것은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어, “합리적 상징은 고대 그리스 건축의 권위를 대표하는 아치형 기둥으로 이뤄진 건축적 구조물로 아치 안에 원근법으로 그려진 또 다른 아치가 삽입된 초현실주의적 공간이 등장한다. 데 키리코를 연상시키는 이 상상의 건축물은 조형적 복합성 이외에도 상징으로써의 건축 공간이 또 다른 공간으로 연장되는 이중적 시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Structure 시리즈는 건축적 요소인 계단이나 기둥처럼 공간을 형성하기보다 구조를 떠받치거나 이동을 위한 기능의 요소를 분리해 기하학적 드로잉으로 전개된다. 서재정은 건축물을 그리고 있으나 이를 입체적 구조물로 환원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특히 실제 생활하는 내부보다 건축의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중에서도 Structure 작업에서는 평면성과 입체성을 대비시켜 불안정적인 공간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것일까? 어쩌면 장 보드리야르와 건축가 장 누벨과 나눈 대화 안에서 어렴풋이나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장 누벨이 설계한 카르티에 재단 건물(Fondation Cartier)은 전체가 유리로 지어진 이 건물 앞에는 그보다 더 높은 담에 의해 실제 건물의 존재는 마치 신기루처럼 보인다. 카르티에 재단 건물은 시각적으로는 실재와 가상이 혼재한 상태로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착시를 일으키도록 유도하였다. 우리는 건축을 물리적 구조물로 생각하지만 장 누벨의 생각은 다르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건축적 조작) 가상 공간이나 정신적 공간을 창조하는 방법입니다.”[1] 환영, 착시는 고대건축부터 사용되던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건축적 착시는 눈의 연약함을 이용한다. 실제보다 더 깊고 더 넓고 더 높게 보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장 누벨이 주장하는 건, 건축에 대한 고정된 사고를 버리자고 말한다. 우리는 도시와 도시를 채운 건축물을 고정된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장 누벨은 도시와 건축을 불안정적 대상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도시, 건축을 습관이나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지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불안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성을 지각하게 하여 물질적인 것이 아닌 비물질적인 것이 되게 하는 이러한 방향 전환은 건축이 제 것으로 삼아야 할 개념입니다.”[2] 서재정이 원근법을 변용하여 평면과 입체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건축적 세계를 제안하는 이유는 아마도 건축을 빗대어 심리적인 공간을 드러내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1] 장 보드리야르/장 누벨, 『특이한 대상-건축과 철학』, 동문선, 2003, 23

[2] 같은 책,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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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telling in an Aesthetic Space_Kim, Kyo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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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 Kim, Kyoung Min

From Seo, Jae-jung’s Solo Exhibition catalogue, ARTSPACE HYUN, Seoul, 2011.6.8-14

 

 

 

Storytelling in an Aesthetic Space

 

 

                                  Kim, Kyoung Min (Chief Curator of ARTSPACE HYUN)

 

 

I think buildings in an urban area is the kind of existence that everybody looks at, while moving by transportation or talking a walk in the park. Seo Jae Jung uses the architectural elements of buildings that emerges in the ordinary life as a motif for her work. The artist has interest in buildings that always stand in the same place between buildings, and in particular, her interest is in the basic architectural structure that a building has, completely excluding ornamental elements among these buildings.    

 

The artist try to express the recurring and cycling process that many architectural buildings gather together and newly create memory of people as if lines and sides gather and make an entrance, walls and pillars of the building. The work of the artist arouses the viewers' curiosity as if unlimited visual scenes might spread through the partitions of the empty space, as the space which is created by joined lines and sides forms a maze.

 

Seo Jae Jung's recent works include such titles as ‘Phantasmagoria’, ‘ILLUSORY’, and ‘Multiply Connected Space’. So, her works show functional parts intrinsic to architectural building that are created clearly by joined lines and sides, and arouses imagination as 'psychological space' concerning the new architectural space that lines and sides produce and creates with architectural buildings as a motif. Accordingly, her work, ‘Multiply Connected Space’ expresses psychological space beyond actual space, so it stimulates the play of imagination about 'space' from the viewers.

 

The artist imagines psychological space as a place where individual time, place and experiences which we have gone through are concentrated in one place. This is ‘Mind Architecture’. That is, through a single space, the aspect of reality and the psychological functions which a person makes, it tries to look for the background of the consciousness which exists beyond time and space in the flexible flow of the age and tries to find the part that can be shared with others as a platform of space that projects each person's time and experience. When our brain stores information, the information exists individually because our brain has the habit of storing information in a more simplified form than the original information due to its inherent limitation. However it makes it possible for others create their storytelling with her work as a link.

 

This exhibition aims to find the background of consciousness that exists beyond time and space in a flexible flow of the age where personal recognition and experiences have become diverse. By composing the aspects of reality which we experience through the space of architecture in a new way, it makes us imagine an architectural space where individual time and experience can be projected. That is, Seo Jae Jung makes viewers expect the joy created and imagined according to artistic inspiration as a psychological space that is not stipulated nor fixed in reality. Also, we ask ourselves if what she is trying to convey is 'emphasis on creation', ‘Soh-Tong’ which is a recent social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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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공간에서의 스토리텔링_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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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개인전_<불확정성 유기적 공간>, 미술공간, 2011.6.8-14

전시 서문

 

 

심미적 공간에서의 스토리텔링

 

                                               김경민 (미술공간現 수석큐레이터)

 

 

  내가 생각하는 도심 속의 건물이란 누구나가 교통수단을 통해 이동하며 혹은 공원을 산책하며 바라보게 되는 그런 존재이다. 서재정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등장하는 건물의 건축적 요소들을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사이사이 항상 똑같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 특히 이러한 건물들 속에서 작가는 건축의 장식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건물이 가지는 건축적 기본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현실 속 건축 공간에서 선과 면들이 모여 건물의 입구, , 기둥 등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여러 건축물들이 모여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반복과 순환의 과정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마치 선과 면이 만나 새로이 만들어지는 공간들이 미로를 형성하듯,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그 비워진 공간들의 분할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시각적 풍경이 펼쳐질 것만 같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재정의 근작들은 ‘Phantasmagoria(환등)’ ‘ILLUSORY’, ‘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의 제목을 달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들은 선과 면이 만나 뚜렷하게 만들어지는 건축물의 고유한 기능적 부분들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건축물을 모티브로 선과 면들이 생성하여 만드는 새로운 건축 공간에 대해심리적 공간으로서의 상상을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불확정성 유기적 공간은 현실적인 공간을 넘어서 심리적 공간도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공간에 대한 상상의 유희를 자극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경험한 개개인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경험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상상하고 있다. 이것이 ‘Mind Architecture’이다. 즉 현실의 모습과 개인의 심리적인 작용이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공간들을 통해 시대의 유동적인 흐름 안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의식의 배경을 찾고,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투영시키는 공간의 단상으로써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저장할 때, 태생적 한계로 인해 원래의 정보보다 간략화된 정보로 저장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정보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다가도 그녀의 작품을 연결고리로서 타인으로 하여금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인식과 경험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시대의 유동적인 흐름 안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의식의 배경들을 찾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건축물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롭게 구성하여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건축 공간들을 상상하게 한다. 즉 서재정은 현실 속에 규정되고 고정된 것이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요구하는 심리적 공간으로서 예술적 영감에 따라 자유로이 창작되고 상상되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최근의 사회적 트렌드인창의성 강조’, ‘소통(Soh-Tong)’ 등이 바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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