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방향의 저글링떼
작전명: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전시장소: 인사미술공간
전시기간: 2012년 2월 8일 - 2012년 2월 25일
오프닝: 2012년 2월 8일(수) 17:00
클로징 퍼포먼스: 2012년 2월 25일(토) 17:00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기획: 김아미, 도종준, 류병학, 이가은
진행: 이보라 디자인: 김현진
참여작가: 리치빈, 미하일 진 호프만, 보라리,
서재정, 안경희, 양명진, 유목연, 오세라, 이림,
이민경, 이윤성, 이자영, 이진영, 자우녕, 정현명,
조현익, 지연오, 최종희, 한경희 (총 19명)
주소: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인사미술공간
전화: 02)760-4722
이용시간: 11:00 - 19:00 (월요일 휴관)
공간의 위상 空間之位相
서재정_손서현_이지연展
2011_1022 ▶ 2011_1111
- 서재정_ILLUSORY-B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1
초대일시 / 2011_1022_토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11:00pm / 일요일_05:00pm~11:00pm
쇼윈도우 24시간 관람가능
텀갤러리(플레이스막)
TERM GALLERY(placeMAK)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4-5번지 라피스라줄리
Tel. +82.2.554.1155
placemak.com/term_gallery
점을 찍고 도형을 그린다. 유년시절 그려내던 '한 붓 그리기'를 기억하는가? 여러 개의 점을 찍고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점을 다 지나는 선으로 도형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변의 도형은 그 도형만이 가지는 공간을 갖게 된다. 위치와 상태를 밝히는 수학이 있다. 위상수학은 불변의 도형을 연속적으로 변형시키더라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떨어져 있는 네 개의 못에 실을 감으면 실이 만들어내는 도형은 사각형이다. 다시 실이 감겨있는 네 개의 못 중에서 한 개의 못을 다른 지점에 꽂으면 사각형의 모양은 변하지만 그 도형의 공간은 변형 전과 동일하다. 점과 선을 이용해 만든 도형의 질량적 개념은 무시하되 유기적인 공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을 빌려 생활공간의 구조를 기술하고 행동 생기의 가능성을 공간적 영역의 관계로 치환하여 설명하는 위상심리학의 개념을 전시에 참여하는 세명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했다.
서재정_Structure-#3_캔버스에 혼합재료_31.8×40.9cm_2011- 서재정_불확정성 유기적 공간-#1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11
현대 도시 속의 건축들은 물질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건축이 존재하는 이유는 삶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물질적인 더미의 생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거대하고 화려해지는 현대건축을 '멋을 잃어간다.' 고 말하기도 한다. 서재정, 손서현, 이지연 작가는 모두 공간에 대해 탐구 한다. 탐구보다는 탐미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서재정 작가의 경우 공간성을 초월한 거대한 기둥들, 소실점이 있는 골목의 풍경들이 커다란 건축물 안에서 겹쳐지는 판타지, 인상적이었던 공간들에 대한 재해석 등에서 불변 공간의 유기적 변형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마치 삼차원 공간에서 자라난 기둥의 밑부분이 하늘이 되는 것과 같은 '차원의 넘나듦이' 흥미롭다. 서재정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공간이 다시 캔버스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공간을 레이어(평면)로 만들어 부분적으로 조합하고 다시 그 것을 덩어리로 해석하여 공간성을 부여한다. 그 방법은 공간 조합의 그림자를 한 물체의 그림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생성된 새로운 공간의 조합은 다시 캔버스가 된다.
손서현_잃어버린 지평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72.7×100cm_2011
손서현_Comfortable_캔버스 아크릴채색_40×4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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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서현_Scene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53×65.1cm_2010
기하학적이고 분명한 건축물이 보이는 서재정 작가의 작품과는 다르게 비현실적인 대기공간을 그린 손서현 작가의 작품은 무한한 공간성을 표현한다. 손서현 작가가 그려내는 공간은 보는 그대로의 유토피아다. 자연색과 대비되는 인공 색들의 배열, 불편한 구조에서 신기루가 피어 오르기도 하고 하늘과 땅을 잇는 유석이 보이기도 한다. 유석은 자연적으로 동굴이 생성되면서 지하수에 의해 흘러내리는 듯하게 생긴 기둥을 말한다. 손서현작가는 이런 이미지를 이용하여 상하를 잇는 표현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유토피아가 천상의 것인지, 지하의 것인지 모호하게 하였다. 떠 있는 듯 가라 앉아있고, 잠긴 듯 솟아있는 겹침과 숨김의 기재들이 무수한 상상이 가능한 신비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지연_기억을그리다#1_2923_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77×33×4cm_2011
이지연_기억을그리다#1_2923_0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77×49×4cm_2011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작가들은 공간을 표현하는데 있어 자신의 기억이나 의도를 공간에 주입한다. 보는 시점에 따라 변형되는 공간이 평면 이미지가 되었을 때 선과 면의 위상(位相)이 바뀌어 도형이 변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공간이다. 반면 시점에 따라 달라진 형태의 공간은 각기 다른 기억들을 담아낸다. 이지연 작가는 공간을 유기적인 기억의 매개로 해석했다. 반듯하게 뻗은 선들과 은은한 색으로 채워진 면에서는 그 공간에 매여 있는 작가의 추억이 묻어난다. 지우지 못하는 기억, 지울 수 없는 기억, 지워진 기억 등 다양한 기억은 색으로 구분되며 선은 그 기억들이 한 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라져버린 공간을 그리는 것이 기억의 모방이라 하겠지만 이지연 작가는 기억들을 공간(작품)에 주입해 이데아로 만들었다. 기계적인 그리드가 만들어낸 정갈한 표현력과 작품이 주는 시각적 차분함은 기억을 다시 그려내는데 알맞은 캔버스가 되었다. 이지연 작가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착은 그래픽적인 표현이 주는 차가움과 공허함이 아닌 정제된 절제의 충만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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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_기억을그리다#1_캔버스와 조립판넬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각 65×50cm_2006- 이지연_공간에 대한 지각력 연구를 위한 스케치_합판에 아크릴채색_약 79×55×5cm_2011
현대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을 대게 물질적으로 인식한다. 이 때 공간의 규모나 형태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삶의 활동영역인 공간을 느끼는데 한계를 갖게 한다. 공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삶에 대한 애정과도 관계된다. 서재정, 손서현, 이지연 세 작가는 공간을 보는 다양하고 독특한 시각을 제시함으로 관객들에게 공간에 대한 애착과 상상의 활로를 제공한다. 같은 공간을 다르게 보는 평면작업들, 그 같은 공간을 그린 평면작업들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공간성, 거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공간들에 동시에 존재하는 동일한 지각. 이렇게 시점을 이동하며 차원을 초월한 상상의 공간을 보며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 막걸리